원령공주 감상적일때

원령공주 꽤나 재미있었다.

몇 번 지나치면서 후반부만 보았을 때에는 그렇게나 유명한 이유를 잘 몰랐는데, 처음부터 쭉 보니까 재미있더라.

아시타카, 산, 에보시 이 세 사람이 각각 상징하는 세력들이 있다. 아시타카는 야마토에게 밀려난 에미시족의 후계자감으로, 극의 주인공이다. 에보시는 철을 제련해서 무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여성 지도자이다. 산은 들개에게 키워진 아이로, 마치 서부영화의 인디언같이 얼굴에 붉은칠을 하고 날렵하게 싸운다.

인간은 자연의 위대한 힘에 좌우되며 살아왔고, 에미시족은 자연의 힘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에보시가 상징하는 신세력은 자연을 미신적인 방식으로 (몰)이해하려는 당시까지의 방식에 코웃음치며, 자연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또한 비록 극에서는 악역으로 그려지지만, 에보시는 여자나 나병환자들까지 아우르는 굉장히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현명한 지도자이다. 또한 자연의 힘을 숭배하고, 그에 굴복하여 "신"이라 이름짓는 것을 과감히 거부하고, "신"이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도 갖고 맞서려 한다. 산은 자연을 지키는 의인화된 동물들로 표현된, 인간에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환경을 화신한 존재이다. 인간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면서, 인간들의 오만함에 경고하고 있다. 아시타카는 이 두가지 경쟁하는 (에보시와 산의) 세력의 중간에서, 둘을 모두 이해하며 (그렇게 때문에) 화해시키려는 존재이다.

헐리우드 영화들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이 이런 선악, 정오가 뚜렷하지 않은, 각자의 입장이 나름대로의 당위성을 갖고 있는 스토리라서였다. 특히 주인공이 크게 반목하는 둘 사이에 있는 구조라서 더욱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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