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질을 취미로 한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숙제인에 "급하니까 빨리빨리" 해달라는 똥묻은 대학생들 똥 닦는 짓거리를 한다.
아무런 댓가도 없고, 아무런 책임감도 없고, 내가 내키는 문장을 몇 개 골라서 번역짓거리를 한다. 이것도, 매일은 아니라도, 꾸준히 하다보니 연습이 되고, 기술도 느는 것 같다. 가끔은 아주 어렵고 학술적인 것들도 있고, 문장 자체가 맛이 있는 문학작품도 있다. 학술적인 것은 용어와 개념이 어려워서 어려운 경우가 많고, 문학은 문장의 구조가 어렵거나, 문학적 아크로바틱이 나와서 어렵고 그렇다.
번역질이 부담이 없어서일까, 재미가 있다. 어쩌면 안 되는 프로그래밍을 직업으로 삼을 게 아니라, 번역질을 직업으로 삼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뭐가 됐든 돈이 걸리고, 내 숟가락이, 목구멍이 걸리게 되면 어려워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대학교 1학년 때 인터넽에서 재미있는 문서를 발견하고, 이걸 한국어로 번역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말도 안 되는 영어작문을 해 주었던 기억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엉터리 번역질이었다. 그저 영어를 읽어서 이해할 수 있으니까, 번역도 할 수 있을거야, 난 영어실력도 좋으니까 라고 생각했었다. 참 어린 생각이었다.
또, 이런 생각은 아마 영어좀 한다는 대학생이라면 가질 수 있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번역은, 지금 생각해 보면, (외국어이해능력) + (내용이해) + (한국어어휘) + (한국어문장력) 이런 것들이 갖춰져야 되는 거다. 우리 때는 논술도 갑자기 생겨서 한 1년 반짝 급속으로 했었고, 한국어로 문장을 만들어 볼 기회란 것이 내 일기장을 채우는 정도가 다 였다. 제대로 된 번역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인 때였지.
한국어로 번역된 기술서들의 질이 나쁜 것도 거의 그런 것 같다. 겨우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들이 영어가 이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번역을 시작하고, 그것이 부족한 기술분야의 첫번째 번역서가 되어 나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