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과 소수, 수학, 다니엘 타멧
이전에 브레인 맨, 다니엘 타멧 관해 한번 포스팅을 했었다. 방금 이 아저씨(실은 나보다 어리다)가 쓴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를 다 읽었다, 이전 포스팅에서 제기했던 의문들과 새로 생긴 의문을 정리해 본다. 도대체 이 아저씨 머릿속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사실부터 정리해 보자. 아래에서 갈색이 인용이며, 인용의 페이지수는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1판의 것이다. 강조는 나의 것이다.
  1. 나는 1부터 1만까지의 모든 숫자들 각각에 대해 독특한 시각적, 정서적 느낌을 갖고 있다. - 16페이지
    1. 숫자 11은 친절하고, 5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4는 수줍음이 많은 데다 조용하다. ... 23, 667, 1179같은 숫자는 무척 커다란 모습이고, 6, 13, 581 같은숫자는 자그마하다. 333은 참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289는 못생겼다. -11~12페이지
    2. 내게 숫자는 색상뿐만 아니라 형태, 촉감, 움직임을 가진사물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1은 아주 밝고 반짝이는 흰색으로, 마치 번쩍하는 플래시 불빛처럼 보인다. 5는 천둥소리 아니면바위에 부딪치는 우렁찬 파도소리 같다. 그런가 하면 37은 포리지 표면처럼 울퉁불퉁하고, 89는 눈 내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12페이지
  2. 나는 숫자 1부터 9973사이에 있는 소수들을 모두 기억하는데, 이들은 모두 조약돌과 같은 모양으로 머릿속에 형상화되어 있다. - 10페이지
    1. 소수들은 아주 매끈한 감촉을 가진 모양새라서 상대적으로 까끌까끌해 보이는 비소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20페이지
    2. 어떤 숫자가 소수임을 확인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느낌이 내 머릿속을 강타하는 듯하다. -20페이지
  3. 한 주에 있는 각기 다른 요일들은 제각각 다른 색과 느낌을 갖고 있다.
    1. 화요일은 따뜻한 색이지만 목요일은 흐릿한 색이다.
    2. 날짜 계산능력은 많은 서번트들이 갖춘 재능 중 하나이다.
    3. 요일과 날짜가 특정한 패턴을 형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1월과 10월, 9월과 12월, 2월과 3월은 닮은 꼴이 많다. -여기까지 19페이지
    4. 그날이 무슨 요일인지 맞히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내 생일날(1979년 1월 31일)을 생각하면 마음속에 절로 푸른색이 떠오른다. - 10페이지
  4.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산식은 제곱식 ... - 14페이지 (거듭제곱)
    1. 내 머릿속에서 제곱식은 균형을 이룬 대칭형이라서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
    2. 이런 제곱식들은 저마다 독특한 시각적 패턴을 지니고 있다.
    3. 그 값이 커질수록 내 머릿속에서 인식되는 형태와 색깔들도 점점 복잡해진다.
    4. 예를 들어 37의 다섯제곱을 계산하면, 작은 원들로 이루어진 큰 원이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5. 나눗셈을 하면, 점점 큰 고리를 그리면서 아래로 돌아내려가며 서로 겹치기도 하고 구부러지기도 하는 나선이 보인다. 나눗셈마다 나선형의 곡선이나 크기가 전부 다르다. 이런 시각화를 통해 13/97=0.1340206... 같은 소숫점 이하 100자리까지도 계산할 수 있다. -14페이지
  6. 곱셈을 할 때면 두 숫자가 서로 다른 형태로 떠오른다. 계산을 시작하면 두 형태가 바뀌면서 새로운 세 번째 모양이 나타나기 시작해 그게 바로 답이 된다. - 15페이지 (아래 그림은 책에서 스캔한 53x131 이 6943으로 나타나는 걸 표현한 삽화)
    1. 두 숫자는 고유한 형태를 갖고 있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사이 공간이 세 번째 형태를 만들어내고, 그것은 새로운 숫자 6,943으로 인식된다. - 15페이지
    2. 11을 곱하면, 머릿속에서 그 숫자들이 공중제비를 돈다. - 15페이지
10000까지의 숫자를 형태로 기억하고 외우고 있다(2)지만, 책의 진술들을 보면 이 형태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어야만 할 것도 같다. 즉, 소수들은 조약돌처럼 매끈하고 단순(2.1)하게 생겼고, 합성수는 까끌까끌(2.1)하다. 두 수의 곱을 연산에 사용되는 두 수 사이의 공간에 맞는 형태를 찾아나가는 것(6.1에서 유추함)이라면, 합성수 일수록 동글동글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뜯겨진 모양일 것이다. 위 그림의 6943처럼 말이다. 과연 이런 공리를 만족하는 형태들의 집합이 있을까? 유일할까? 유일하다면,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각 숫자의 형태에 대해 동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일반인도 십진법 표기가 아닌 수의 입체적(아니면 평면적?) 표기법("시각화"라고 하여야 할까?)을 배워서 더 간단하게 암산을 할 수 있으리라.

1이 어떻게 생겨야 하는걸까? 어떤모양(A)과 나란히 세워나도 그 모양(A)과 1의 모양과 사이가 만드는 공간은 다시 그 모양(A)와 일치해야 된다. 이게 가능한가? 불가능할 것 같은데... 1과의 곱은 어차피 자기자신이란 걸 아니까 그런 구조는 없는 것인가?

10000 이상의 숫자에 대해 형태를 부여하는 것을 불가능한가? 복잡하지만, 가장 어울리는 모양을 10001, 10002, 10003 같은 수, 혹은 11000, 110000 같은 수에 부여하려는 노력을 해 보았을까? 수 형태의 복잡도는 왠지 수의 절대적 크기보다는 수의 약수의 갯수에 비례할 듯 한데, 안 그런가?

이런 연역적 구조가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들은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계산기계를 가지고 있으며, 타멧이 보고 느끼는 각 숫자의 심상은 그 블랙박스가 제공하는 UI일 뿐일까?

나눗셈은 왜 곱셈의 역이 아닌 나선형의 심상인가? 딱 안 떨어져서 그런가? 나누어 떨어지는 나눗셈은 곱셈을 구하는 것과 역으로 할 수 없나? 즉, 주어진 두 수의 사이 공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피젯수의 여러 귀탱이에다가 제수를 이리저리 돌려 맞추어 본 다음에, 맞는 부분을 발견하면, 그 정 반대편 귀탱이의 凹에 들어맞는 수를 생각해 내는 것.

이런 의문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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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wonyoon | 2008/02/01 00:36 | 물음표들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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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로망님의 이글루 at 2008/02/11 22:09

제목 : 공감각과 자폐증에 대한 이야기.
자폐증과 소수, 수학, 다니엘 타멧이글루를 처음 써보고 사실 트랙백도 처음이라서 테스트용으로 쓰는 겁니다. 글을 잘 못써도 용서해 주시길.다니엘 타멧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공감각 증상이 있군요.공감각이란, 전혀 관련없는 감각이 뇌에서 신호가 엉키는 바람에 하나로 연결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들으면 색이 보인다거나, 혹은 알파벳을 보면 알파벳마다 색이 보인다거나 하는것이죠.이러한 공감각증은 뇌의 신경세포의 영향이지만......more

Commented by 비퍼플 at 2008/02/01 02:08
숫자를 바라보는 시야가 특이하네요...
타멧이란 그분은 숫자와 계산등이 그림처럼 보이나 보네요...^^
Commented by daewonyoon at 2008/02/01 08:57
비퍼플 / 제가 이전에 올린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느데요. 다니엘 타멧이란 사람은 "73의 7승" 같은 것을 암산으로 몇십초 안에 뚝딱 해치우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에요. 10개국어 정도를 할 줄 안다고 하고요. 이번에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 각 단어에도 그 단어만의 색깔이나 느낌이 느껴진다고 하네요.
Commented by 眞レイアン at 2008/02/22 16:21
재밌군요. 크크
Commented by daewonyoon at 2008/02/22 18:38
레이앙 / 재미있죠. 이런 별종이 우리랑 뭐가 같고, 뭐가 달라서 이런 건지 참 궁금합니다. 참 놀라운 능력이라 부럽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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