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외래어 표기법 언어

우리나라 중국어표기법, 심히 유감스럽다란 글을 읽었습니다.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만다린 중국어의 발음을 따라 한글로 적는 현재의 외래어 표기법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입니다. 중국어의 발음을 한글로 표현한다고 해도 중국어에는 권설음을 비롯 한국어에는 없고, 따라서 한글로 표현이 어려운 발음들이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한문이라는 좋은 매개체가 있는데, 굳이 그들의 발음을 따라 적어줄 필요가 있겠는가? 베이징 말고 북경이라고 쓰면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각이 다릅니다.

먼저 이것 생각해 보죠. 우린 이미 촌상춘수라고 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부릅니다. 일본인의 이름이나 지명의 경우 그들의 발음을 따라 적는 것이 이미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일본어의 경우는 사용하는 음운이 거의 한국어 음운의 범위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한글 표기가 그들의 발음에 상당히 가까운 발음기호가 된다는 점이 있고, 훈독이라는 독특한 읽기 때문에 한자를 음대로 읽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 중국어의 경우와는 다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보죠. 왜 옛날에는 중국의 지명을 우리식으로 읽어서 통용했을까요? 그건 한자가 문자생활에 큰 부분을 이루었고, 따라서 우리들이 한자를 그만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씌여진 중국의 지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평균적인 한국인에게 중국 지도를 보여주면 그 지명 중에서 몇 개나 우리식으로 읽을 수 있을까요? 간체자가 아니라 번체자로 한자가 씌여 있더라도 젊은이들은 많은 지명을 읽지 못할 겁니다. 중국의 지명을 우리식으로 읽자는 이야기는, 중국지리를 배울 때 도시 이름들을 한자까지 외우라는 말이죠. 한자와 친하지 않은 젊은 친구들한테는 고역일 겁니다.

또 한가지. 중국인들이 김대중을 진따쭝이라고 발음하는 건, 그들이 사용하는 문자체계가 표음문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한자가 숨어있는 한국인들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자기들 발음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혹시 한국어 발음으로 읽어 준다면 그건 읽어준 사람이 타문화에 대한 배려 혹은 이해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네 국어는 표음문자인 한글이 기본이고, 따라서 그들의 발음을 따라 적는 게 옳습니다. 한문혼용으로 대세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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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한글표기법, "따지지말자"

덧글

  • 꼬깔 2007/10/25 15:30 #

    참 어려운 문제네요. 로마자와 관련된 것은 당연하다 생각을 했는데 이 쪽은 사실 혼동이 되고 혼란스럽기도 하네요. 말씀처럼 우리말의 체계가 표음문자이기에 이에 가깝게 표기해주는 것이 올바르다란 말씀에 공감이 가기도 하면서 한자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란 막연한 생각...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네요. ㅠ.ㅠ 전 분명 예전에는 daewonyoon님의 생각에 100% 공감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다시 트랙백되었던 글을 확인해보니 우리의 외래어 표기가 그들의 발음을 표기하는 것이 아니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기야 뉴욕을 우리 식으로 읽어준다고 외국인이 잘 알아들을까란 생각도 드네요. 이쪽저쪽 글에 서로 다른 덧글을 다네요. 이거 귀가 얇은가봐요. :) 좋은 하루 되시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daewonyoon 2007/10/25 16:38 #

    꼬깔 / "우리의 외래어 표기가 그들의 발음을 표기하는 것이 아니고 그럴 필요가 없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죠. 흔히 한글은 세상의 모든 발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미신" 때문에 착각하지만, 그럴 수 없죠. 외국어를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체계로 모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 대로 읽어서는 현지인의 발음과 차이가 난다는 건 외래어 표기법을 반대하는 궁극의 근거가 될 수 없죠.
  • 꼬깔 2007/10/26 01:02 #

    예 공감이 갑니다. 어차피 외래어 표기법이란 것이 어떤 표준을 위한 것일테니까요. 그런 미신때문에 자모를 더 만들어 f, v 등의 표기를 하자는 당황스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ㅠ.ㅠ
  • 행인 2008/08/07 19:55 # 삭제

    무라카미 하루키야 촌상춘수보다는 익숙하죠. 그런데 이런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1. 유명하지 않은 일본인의 이름을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뭐라고 부를까하는 문제. 일본 사람들도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지 몰라서 방송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답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일본인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요. 사람 이름은 아니지만 浅草(아사쿠사), 浅草寺(센소우지)를 일본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구별해서 읽을 수 있을까요. 한국내에서 한국인끼리 대화하면서 아사쿠사와 센소우지를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2. 한국어를 모르는 일본인이 한국인의 이름이 한자로 적힌 것을 보고 뭐라고 부를까 하는 문제. 일본인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는 지적해 줄 수 있지만 일본인이 일본인과 대화하면서 한국인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 그냥 그들 편한 대로 부르게 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한국인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운다거나 한국어를 아는 사람 찾아가서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나서야 부를까요.

    3. 우리가 모르는 언어의 로마자 표기를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문제. 세상에 수많은 나라가 존재하는데 그 나라말의 발음을 일반인이 전부 알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영국에서는 찰스, 프랑스에서는 샤를이라는 것을 일반인이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요. 카이사르를 미국에서 시저라고 부르듯이 청룽을 성룡이라고 적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4. 누구를 위한 표기법일까하는 문제. 영어를 아는 사람은 한글 표기가 없어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고 일어를 아는 사람은 일본어 가나 표기 그대로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즉, 표기법의 문제는 하나의 표기로 통일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해당 언어에 지식이 없는 사람도 한글로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5. 도요토미, 토요토미, 도요또미, 토요또미인지 헷갈리는 문제.

    6. 무라카미 하루키나 촌상춘수나 한자가 쓰이지 않기 때문에 한자 몰라도 쓸 수 있습니다. 한글 표기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죠.
  • daewonyoon 2008/08/07 20:09 #

    1, 2번 같은 경우는 재미있는 문제인데, 이건 이경우랑 비슷한 것 같아요. 갑자기 유명해진 한국인 일반인을 중국 언론에서 적어야 할 때, 정확한 그 사람의 한자를 몰라요. 대략 한국인 이름에서 많이 사용되는 한자로 만들어 적겠죠.

    어떤 원칙을 따르는 경우라도 이런 문제적인 경우들은 있을 거에요. 처음엔 원칙과 맞지 않는 부정확한 표기가 일반이나 언론에 사용될 것이고, 그 표기들이 틀렸다는 걸 점차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원칙에 맞는 좀 더 옳은 것으로 진화해 갈 것이고요.

    사실 이게 굉장히 원칙론적인 이야기고, 일반에 이미 퍼져있는 표기를 원칙을 앞세워 고쳐나간다는 게 어쩌면 폭력적일 수도 있겠는데, 어떤 학문적/사전적/또는 시스템적 일관성을 우리사회가 얼마나 이룰 수 있겠는가도 중요하게 생각되요.

    재미있는 의견 고맙습니다. 다음에 댓글 달 때는 누구인지는 밝혀 주셨음 해요. 다음에 혹시 어디서 만나서, 아 그때 이런이런 생각 갖고 있던 그사람이라고 기억되면 더 좋잖아요.
  • 행인 2008/08/07 20:01 # 삭제

    일본 금각사(金閣寺)와 은각사(銀閣寺)의 가나 표기는 각각 きんかくじ, ぎんかくじ이고 일본어 표기법에 의하면 둘다 긴카쿠지입니다. 한글 표기는 같은데 뜻은 전혀 다릅니다.

    친구에게 '나 일본 금각사 다녀왔어.' 대신에 '나 일본 긴카쿠지 다녀왔어.'했을 때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거죠.

    중국어 표기뿐만 아니라 일본어 표기에 있어서도 현행 표기법은 문제가 많습니다.
  • daewonyoon 2008/08/07 20:13 #

    동의해요. 아마 김용옥씨가 이런 문제 때문에 자기 표기법을 제시했던 걸로 압니다. 근데, 국립국어원에선 또 음성학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표기원칙을 제시했을 거에요. (한국어에선 초성의 ㄱ, ㄷ, ㅍ 이 무성음이다!) 과히 동감이 가지는 않는 원칙이지만, 사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일본어에 능숙한 청소년들이 이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나름대로 음성학적 이유가 있는) 원칙이 있으면, 원칙이 바뀔 때까지는, 이 원칙으로 수렴되었으면 하는 생각이고요.
  • 행인 2008/08/08 00:20 # 삭제

    저는 현행 일본어 표기법의 가장 큰 문제점을 ① 변별력 없음과 ② 일관성 없음 ③ 해당 언어에 대한 지식을 요구함을 들고 싶습니다. ① 에 대해서는 금각사, 은각사가 하나의 예가 되겠고, ② 에 대해서는 어두에 오는 청음에 대해서는 발음을 강조하면서 장음이나 촉음, ん표기는 발음을 무시하는지 - 그로 인해 뜻이 다른 단어가 동일한 표기가 되어 ① 의 문제가 반복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③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かな 그대로를 적으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즉, 표기법은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인데 현행 표기법은 일본어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전혀 쓸 수가 없는 표기법이라는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발음과 표기는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조차 '밝은' '밝아서'를 '발근' '발가서'로 적지 않는데 일본어를 발음으로 적는(엄밀히 따지면 발음 원칙도 무시하는) 이도저도 아닌 표기법이 되어버린 것이죠.



    중국어는 배우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현재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단체나 한글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단체나 중국 지명은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는 쪽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는다고 해서 한자를 따로 표기할 필요도 없고 한자를 꼭 알아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저는 따로 블로그를 쓰는 것도 아니고 비로그인으로 글을 적을 때는 항상 '행인'으로 적습니다. 워낙 흔한 별명이라 특정되지 않는 별명이긴 하죠. 이 문제에 대해 검색하다가 우연히 댓글 남깁니다.
  • daewonyoon 2008/08/08 00:45 #

    : 해당 언어에 대한 지식을 요구함
    해당 언어에 대한 (전문적인) 음운학적 지식을 요구한다는 말이죠? 나르호도.

    "일본어 가나 표기보다 우리 한글의 표기범위가 넓기 때문에, 구지 음운학을 따지며 원칙적인 표음주의를 따를 필요가 없다." "직관적이지도 않다."
    뭐, 더 할말이 없네요. 동의합니다.

    살짝 원칙을 변호해보면, 국립국어연구소에서는 외래어 표기에 있어서 전 세계 모든 언어에 대해 표음주의 (이 용어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를 한다.)를 일관적으로 적용하자는 원칙이 서 있는 것 같군요. 그래서 일본어도 이런 불합리해 보이는 표기법을 따르는 것 같구요.

    좀 오버인가요?
    --

    중국어에 대해선 아직도 음을 따라서 표기하는 게 옳다고 봐요. 현재 한국어에서의 한자의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졌고, 중국과의 교류가 훨씬 빈번해 질텐데, 중국인들의 발음을 따라주는 게 자연스럽다고 봐요.

    중국어를 핑잉기호(알파벳으로 중국어 발음을 표기하는 것)로 보는 것이 훨씬 국제적인 유행이 될 것이라는 것도 한가지 이유고요. 로마자나 한글이나 표음문자인 거거든요.

    어떤 중국사람은 국제적인 인물의 이름이 중국어에서 한자(간체자)로 차자해서 표기하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이름이 국제적이지 않다는 거였어요.

    중국의 인명이나, 지명을 한자의 우리식 발음으로 표기한다면 그런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광둥어랑 여러 중국어 방언은? ^^;) 좀 무리한 주장인가요?

    --
    어떤 원칙을 세우던 간에 자연스러운 것에는 못 이길 거에요. 언어도 시장원리를 따른다고 생각하는데, 많이 쓰는 게 원칙이 되겠죠. 근데, 걱정하는 건 어떤 원칙이 서든지 말도 안된다는 비판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 비판하는 사람들은 원칙이 설 때까지의 고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느냐는 거죠.

    사실 표기법은 표준화의 하나라고 봐요. 아무리 불합리해도 언어란게 원래 자의적인거라 통일만 되는 되는 거거든요. 근데, 이게 통일이 안 되고 왔다리갔다리 하니까, dokdo, tokdo 문제도, choson, joseon 생기는 거고... 그래요.

    * dokdo, tokdo 에 대해서도, joseon, choson 에 대해서도 제 생각을 써 놓았어요. 관심있으심 한번 읽어 보세요.
    http://daewonyoon.egloos.com/4522075 Dokdo, Tokdo
    http://daewonyoon.egloos.com/4500742 Joseon, Choson

    그러고 보니 내가 언어에 대해 글을 많이 쓰는군요. ^^;
  • daewonyoon 2008/08/08 00:55 #

    이번 의견 교환은 "행인"이란 아이덴티티로 충분했지만, 하도 재밌는 말씀 많이 해 주셔서, 다음에 뵜을 때도 알아보고 싶었어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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