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래를 불러서 칭찬을 들은 가장 오래된 기억은 국민학교 2학년(?) 때 쯤 못다핀 꽃한송이를 사촌누나들 앞에서 불렀던 것이다. 뿔테안경을 쓰고 코막힌 목소리로 처량하게 부르는 그 노래가 참 좋았었나보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사온 노래책의 가사를 보고, 콧소리를 내며 노래를 불렀다. 사촌누나들은 짐짓 놀라며 "가수해도 되겠다"라고 치켜세워줬었다.
못다핀 꽃한송이 가사가 있던 노래책은, 엄마와 아빠가 여름 휴가 때를 대비해서 사온 것이었다. 여름휴가를 우리는 엄마, 아빠가 일하시는 시장사람들과 같이 갔는데, 휴가지까지 가는 고속버스에서 노래를 시키는 시간이 있을 거란 거였다.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사온 두꺼운 노래책을 넘기며 어떤 노래가 좋을지 고민했었다.
난 내가 알던 노래들과 모르던 노래들이 가득 들어있는 그 노래책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음표는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건 지금도 변함없다.) , 정확한 가사들이 적혀 있어서 노래를 하다가 웅얼대지 않고 끝까지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었다.
버스에서 부를 노래를 준비하던 엄마, 아빠를 따라 내가 준비했던 노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꽃중의 꽃"이란 노래였다. 꼬마였었는데,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좋아할만한 곡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전략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징그러웠을까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지지만, 뭐, 반응은 좋았었다. (결국 또 내 자랑만 늘어놓았구나.)